To. ......

To. ......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제 밤 꿈 속에서 아니 꿈인지 아닌지도 모를 혼란 속에 뒤척이고 있을 때, 너가 우리집 현관을 두드렸어.

요란한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넌 아무 말 없이 불쑥 들어와서는 신발을 벗고, '좀 씻자'며 욕실로 들어가버렸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3년만에 나타난 네가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 같아. 왜 그랬을까? 왜 그게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을까?

난 그저 당황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보일러를 켜고, 침대에 걸터 앉아 네 이름을 기억해 내기 위해 안절부절했어.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거든.

다만, 물이 차다면서 궁시렁거리는 네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넌 참 여전하구나 ...'라며 살며시 웃었어.

그리고, 내가 너에 대한 많은 기억들을 여전히 추억하고 있다는걸 알았어. 네 얼굴, 네 미소, 네 말투, 네 목소리, 너와 함께 밥을 먹던 자리, 왜 너와 서먹해졌는지 그 이유와 그 때의 서운함과 원망까지도...

그런데,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어. 그게 너무 미안하고 서러워서 벽 넘어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울다가 잠이 깼다.

일어나서도 어지러운 마음에 욕실 문을 한번 열어보고, 다시 열어보고,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도 네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영화를 많이 본 탓일까? 오늘은 왠지 누군가로부터 네 소식을 들을 것만 같아서 마음을 두근거리다가 그 마음을 채 접지 못하고 이 곳에 풀어 놓는다.

2009/02/09 11:36 2009/02/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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