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 오규원 시인을 추모하며

한적한 오후다 / 불타는 오후다 /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故 오규원 시인께서 중환자실로 들어가시기 전
제자의 손바닥에 손톱으로 쓰셨다는 시인의 마지막 시라고 한다.
손바닥에 화인(火印)처럼 남았을 시다.

뒤늦게 선생의 죽음을 알게된 며칠 전
나는 "비가 와도 젖은자는"이라는 시를 홈페이지에 올렸었다.

시인의 시는 언제나 잔잔하게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시인의 시는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시인의 시는 언제나 귓가에 속삭이듯 내 곁에 있었다.

시는 여전히 내 곁에 있는데,
시는 여전히 내 가슴을 울리는데,

시인은 나무 밑에 잠이 들었다.

너무나 따사로운 햇살이 슬프고,
너무나 푸른 잎들이 서럽고,
너무나 고요한 그늘이 애닯다.

5월 15일.. 시인을 마음으로 모셨던, 이름모를 한 남자가 조용히 운다.

2007/05/15 16:18 2007/05/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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