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나들이

일요일 오후 부천에 갔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관계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좀 자르고, 10번을 자르면 한번은 무료라는 말에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아직 '덕분에D+33'이 올 시간은 조금 남아있고, E-mart 7층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러 조용미 시인의 시집을 사고, 키친 이후로는 잊고 있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도마뱀'을 하릴없이 뒤적거리는데, 문득 목 뒤로 뭔가 서늘한 것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한쪽 구석 특별 할인 판매를 한다는 지구본 가판대를 발견하고는 1262일 전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조명 기능이 있는 지구본을 샀었다는 기억을 떠올리고는 입꼬리를 씰룩씰룩거리다가 약속 장소로 어슬렁어슬렁...... 며칠 전 급체로 속이 좋지 않다는 '덕분에D+33'과 커피를 마시면서 33년 내 인생 속에서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잘 추려서 뱉어내고는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다시 서점에 들려 오규원 시인의 유고 시집과 마종기 시인의 시집을 사서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흔들리는 전철에 몸을 맡기고 멍하게 창밖을보고 있는데, 마치 숙취처럼 머리 한쪽이 아파옴을 느끼고, '아... 사람에 취하기도 하는구나'하면서 신기해하다가 개봉역에 내려 오징어 덮밥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는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오랫만에 담배 생각에 입맛을 쩝쩝거리다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잠들지 않는 몸뚱아리를 이리저리 뒹굴뒹굴 '한동안 앓겠구나..앓겠구나..'

2008/03/10 10:53 2008/03/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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