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혜숙 - 어둠은 마음을 훔친다 / 비는 자줏빛 달개비 꽃 빛을 지운다

어둠은 마음을 훔친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불을 끄고 누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어둠을 훔쳐본다

창 밖 지나는 바람과 시계의 초침소리
어둠으로 흔들리는 난잎 한 줄기
어둠은 슬픔이 되고 강이 된다
어둠은 깊은 강을 떠도는 돛단배이기도 하다

어둠을 훔치는 귀와 손

내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는 동안
어둠이 내 마음을 훔치고 있다

남혜숙 시인의 시는 조용한 읊조림으로 가슴의 상처를 감싸 안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시인 때문에 침대 맡에 두는 스탠드를 장만했다.) 혹은 비가 오는 창가에 앉아서 읽어도 참 좋지만,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도 참 좋다. 참 좋다.

비는 자줏빛 달개비 꽃 빛을 지운다


자줏빛 물달개비 꽃잎위로
빗방울 하나가 뚝, 떨어진다
잠시 후, 내 겨드랑이에 울컥 슬픔이 고인다
몇 개의 몇 번의 빗방울이 떨어졌을까
그 통증이 지나간 자리에
꽃 빛이 흐리게 지워져가고

꿈을 꾸고있던 내 눈꺼풀을
스치고 지나간 빗방울
하나, 혹은 둘......
목마르게 기다리던 빗방울도 때로는
꽃잎에 상처를 낸다

2008/04/04 13:30 2008/04/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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