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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 / 굿모닝 베트남

!


오래 견딘 눈물 같은 것이었을까
주르륵 일직선을 그으며 떨어지다가
출렁, 한 방울 이슬로 맺혔다

저렇게 흘러내리다가
일순간 떨어지는 것들의 힘

처박히면서 똘똘 뭉쳐 바닥을 파고들며
작고 둥글고 깊게
정수리 한가운데 못을 박았다

누군가의 문장에 찍힌 너를 보며
오랜만에 가슴이 더워진다


아직 내게도 다른 사람의 느낌표를 보며 뜨거워질 무언가가 가슴에 남아있는 것일까?

언제부터인지 ... 걱정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미안해진 그 순간부터 내 가슴은 까닭없이 눈물짓고 그 때마다 조금씩 차가워져 갔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비겁하다는 증거'라는 노래 가사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세상에 솔직히 부딪히는 것 보다 먼저 악어의 눈물을 배워버린 것일까?

굳어버린 가슴에 소리굽쇠 한조각 품고 싶은 날이다.


굿모닝 베트남


내 어눌한 시 창작 수업 듣는 베트남 학생 찌엥꾸억빠오
모국어 두고 남의 나라 시 떠듬떠듬 따라 읽는 응웬티반쭉
나는 너희 나라에 미안해 버스 내리면 바로 보이는 호프집
굿모닝 베트남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거기 앉아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밤 풍경을 그윽히
바라볼 수 없었다 안락의자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굿모닝 굿모닝 활기찬 아침을 노래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베트남 가는 군인들을 태극기로 보내며
부산항 중앙부두에서 열렬히 열렬히 진군가를 부르며
베트남에 상륙해 베트남을 짓밟을지도 모르겠다
너희 나라 굿모닝 굿모닝을 박살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건너온 승전보에 환호성 지르며
폐허가 된 땅 위에 또 한다발의 폭탄을 내리꽂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든 학점이라도 잘 주어야겠다고 작정하고 있는데
너희는 교실을 나가는 나를 따라나서며 자꾸자꾸 묻는구나
한국 말이 어렵다고 한국이란 나라가 어렵다고 더듬거리며
미안하구나 찌엥꾸억빠오, 응웬티반쭉, 너희만 아니라
너희 이름 하나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나도 어렵구나
이제 그만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너희 모국어로 말하려무나
코리아가 그랬지 않느냐고 코리아가 그때 우리를 퍼붓지 않았느냐고
배고픈 입냄새가 풀풀 나는 찌엥꾸억빠오야
내 어릴적 춘궁기처럼 야위고 자그마한 응웬티반쭉아

2008/05/20 00:39 2008/05/2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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