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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6 낙타주머니*를 읽다가 by Jackaroe
   자네 주소를 알아내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네.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걸고 싶지 않았네. 말과 글의 차이를 자네도 알고 있겠지. 하여 나는 글로써 적네.
   그때 비단길에서 시작된 만남이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군. 몇번 되지도 않은 만남이었지만 모두가 멋진 시간들이었네. 강화도에서 붕어낚시 하던 밤과 인사동에서 여동생과 셋이 데이트하던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걸세. 그애는 내 친여동생이라네. 그날 자네가 불러준 하남석의 「바람에 실려」잘 들었고 해장국 맛있었네.
  ... 중략 ...
   내가 끝까지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자네는 이 편지를 읽게 될 테지만 아마 못 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네. 혹시 읽게 되면 자네와 붕어낚시나 한번 더 해보고 싶군. 가기 전에 말일세. 그만 접어 보내네.
   헌데 봄에도 붕어가 잡히나?


위의 글은 죽음을 앞둔 화가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입니다. 사실 소설 상에서는 중략이라 써진 부분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도 있으나 과감히 생략하고(;;;) 단지 글의 느낌만 전달해 보려는 의도에서 옮겨 적어봅니다.

이 단편을 읽는 내내  나를 지배했던 감정과 별도로 자꾸 한 사람이 그리워졌습니다. 학교 선배였고, 누구보다도 닮고 싶었지만, 그 때는 제가 너무 어렸기에 그 방법 조차도 떠올릴 수 없어 답답했고, 이제는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한 사람을 자꾸만 떠올리게 됐습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네요.

감정이 좀 추스려지고나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윤대녕 작가의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에 실려있는 단편.
2009/12/16 16:41 2009/12/16 16:41
Posted by Jacka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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