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에 대한 글 검색 결과 1개search result for posts

문태준 - 가재미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얼마 전, 문학과 지성사에서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 시』 라는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음... 정확히 말하면,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중에서 새로 나온게 뭐가 있나? 하고 검색을 하다가 알게됐죠.^^

책 소개 부분을 보니 Q&A 형태로 된 소개글이 있었는데 ...

Q: 최연소 작가는?
A: 문태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
.
.

Q: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작품은?
A: 문태준.「누가 울고 간다」는 2005년 발표되어 미당문학상을 받았고, 2006년 시집 『가재미』(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되었다.

1970년 생. 그 어린 나이(물론 더 어린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한 사람도 많지만)에 한 시대를 정리하는 문학선집에 자신의 시를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를 쓰는 사람인지 궁금한 마음에 냉큼 사서 읽는 중이구요. 하지만, 아직은 왜 문태준이라는 시인이 문학선집에 실릴만한 시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시가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너무 맘에 들고 좋은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태준 시인보다 더 젊은 시인 중에도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 시인들과 문태준 시인 사이의 변별점을 찾기 힘들다는 뜻이지요.

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

덧 : 아마도 『문학과 지성사에서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 시』을 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책에 실린 시인들을 알게됐으니 그 시인들의 자취를 쫓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8/09/10 13:39 2008/09/10 13:39
트랙백 주소http://jackaroe.com/blogV3/trackback/154
  • 웅이아범2008/09/10 14:02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150번째 글을 축하. 축하.
    • 음.. 엎드려 절받는 기분이지만, 어쨌든 고맙네 친구.. 이 글을 남겨주러 여기까지 들어와주다니... 그나저나 니 글이 왜 스팸으로 걸러졌을까? -_-a




페이지 이동<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