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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씨가 있던 자리

감씨가 있던 자리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어둡고 시린  냉장고 한구석 조용히 앉아있는 단감 하나를 보았다
언제 사 놓았는지, 아니면 받았던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잠깐 미안해 하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 못 먹게 된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우스워 혼자 피식거리고는
감을 집어들고 밥상 머리에 앉았다.

6등분을 할까 8등분을 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면서 껍질을 깎아내고
접시에 올려 숭덩숭덩 썰어 한 조각 입에 물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머릿 속에 고이는 순간 입 안에서
톡!하고 감씨가 있던 자리가 튀어올라 저 안쪽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단단하던 그 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연주홍 살 속에 박혀있는 자국들을 보고는
누가 쿡쿡 찔러놓은 상처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벌어진 마음 들여다 볼 때마다 그리움으로 아련했던 것들이 그저
가슴 한구석 옹이처럼 박혀있는 추억의 빈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2009/11/30 19:01 2009/11/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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