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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주머니*를 읽다가

   자네 주소를 알아내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네.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걸고 싶지 않았네. 말과 글의 차이를 자네도 알고 있겠지. 하여 나는 글로써 적네.
   그때 비단길에서 시작된 만남이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군. 몇번 되지도 않은 만남이었지만 모두가 멋진 시간들이었네. 강화도에서 붕어낚시 하던 밤과 인사동에서 여동생과 셋이 데이트하던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걸세. 그애는 내 친여동생이라네. 그날 자네가 불러준 하남석의 「바람에 실려」잘 들었고 해장국 맛있었네.
  ... 중략 ...
   내가 끝까지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자네는 이 편지를 읽게 될 테지만 아마 못 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네. 혹시 읽게 되면 자네와 붕어낚시나 한번 더 해보고 싶군. 가기 전에 말일세. 그만 접어 보내네.
   헌데 봄에도 붕어가 잡히나?


위의 글은 죽음을 앞둔 화가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입니다. 사실 소설 상에서는 중략이라 써진 부분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도 있으나 과감히 생략하고(;;;) 단지 글의 느낌만 전달해 보려는 의도에서 옮겨 적어봅니다.

이 단편을 읽는 내내  나를 지배했던 감정과 별도로 자꾸 한 사람이 그리워졌습니다. 학교 선배였고, 누구보다도 닮고 싶었지만, 그 때는 제가 너무 어렸기에 그 방법 조차도 떠올릴 수 없어 답답했고, 이제는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한 사람을 자꾸만 떠올리게 됐습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네요.

감정이 좀 추스려지고나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윤대녕 작가의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에 실려있는 단편.
2009/12/16 16:41 2009/12/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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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를 그리워하다...

거긴 무언가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늘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나와야 했다.
세계의 모든 사물들이 일종의 환상과 망상에 의해 제 형상을 조작하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방문하기 앞서
환상과 망상을 앞세워 들어갔던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것도 그랬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서 쓸쓸히 돌아섰을 때도 그랬다.
마치 방금 영화를 보고 다시 거리로 나선듯
삶은 이미 어둑어둑 해있곤 했던 것이다.
지난 시간과 지금 발밑을 가로질러 가는 시간 사이에서
늘 약간의 고단함과 쓸씀함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처럼
늘 시간과의 대적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다들 잘 있는가?
난 조금씩 삶에 지쳐가고 있다.
다들 잘 있는가?
==============================
2000년에 선배가 내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제목은 달랐고, 이 글을 읽는 느낌도 달랐지만, 여전히 읽을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기분에 조금은 '울렁'하는 멀미를 느끼게 한다.

선배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여전히 조금은 방관자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듯 그러나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그렇게 살고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까?

내 일상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야겠다. 선배를 생각하면서, 그리워하면서

2006/12/01 21:28 2006/12/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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