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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 구두 한 마리, 김기택 - 소가죽 구두

구두 한 마리 - 길상호


일년 넘게 신어온 구두가
입을 벌렸다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 한 마리 음메- 첫울음 울었다
나를 태우고 묵묵히 걷던 일상이
무릎을 꺾고 나자 막혀버리는 길,
풀 한 줌 뜯을 수 없게 씌어놓은
부리망을 풀어주니 구두가
길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돌멩이처럼 굳어버린 기억이
그 입에서 되새김질되고
소화되지 않는 슬픔은 가끔
바닥에 토해놓으면서 구두 한 마리
이승의 삶 지우고 있었다
바닥에서 닳아버린 시간을 따라
다시 걸어야 할 시린 발목,
내가 잡고 부리던 올가미를 놓자
소 한 마리 커다란 눈을 감으며
구두 속에서 살며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평소에는 한 시인의 시 두편을 함께 올리곤 했었는데, 오늘은 같은 주제, 다른 두 시인의 시를 올려본다. 두 시인 모두 대상을 묘사하는 바느질 솜씨는 정평이 나있는 분들이라 이것도 저것도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올 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소가죽 구두 - 김기택


비에 젖은 구두
뻑뻑하다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신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구두는 더 힘껏 가죽을 움츠린다
구두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린 적은 없었다
나는 구두주걱으로 구두의 아가리를 억지로 벌려
끝내 구두 안에 발을 집어넣고야 만다
내 발이 주둥이를 틀어막자
구두는 벌어진 구두주걱 자국을 조용히 오므린다
소가죽은 제 안에 들어온 발을 힘주어 감싼다
2008/04/03 01:05 2008/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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