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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낮달 /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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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산비탈 연립주택의 빈터에
서울의 살림살이가 일궈놓은
뙈기밭 한 자락
불볕 가뭄 속에 엎드려
칠순 노모가 한나절 잡초를 맨다
두고 온 곳 고향은 어딜까
아파트 굴뚝 까마득한 높이 너머
뭉게구름 속절없이 흩어지는데
살아볼수록 마음은 속타는 가뭄밭
오늘은 저 낮달로나 흘러 기진한 망향이
없는 듯 엎드려 잡초조차 시든
세월을 뽑는다

황사로 흐린 하늘 위로 낮달이 떴다. 좀 더 자세히 보겠다고 고개를 쳐들고, 목을 빼고 걷다가 볼썽사납게 넘어질뻔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줬으니 황사에게 고마워 해야할까?

길을 따라 바람이 거칠다 ... 이 바람을 타고 봄이 오고 있고, 여름이 올테고, 그렇게 시간이 흐를테다.




길은 제 길을 끌고 무심하게
언덕으로 산모퉁이로 사라져가고
나는 따라가다 쑥댓잎 나부끼는 방죽에 주저앉아
넝마져 내리는 몇 마리 철새를 본다
잘 가거라, 언덕 저켠엔
잎새를 떨군 나무들
저마다 갈쿠리손 뻗어 하늘을 휘젓지만
낡은 해는 턱없이 기울어 서산마루에 잇다
길은 제 길을 지우며 저물어도
어느 길 하나 온전히 그 끝을 알 수 없고
바라보면 저녁 햇살 한 줄기 금빛으로 반짝일 뿐
다만 수면 위엔 흔들리는 빈 집일 뿐
2008/03/20 14:48 2008/03/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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