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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그녀의 염전

그녀의 염전


  첫눈 내린 어제 저녁 세탁소집 여자가 우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주 운다 차양 밑에 빼곡하게걸린 옷들 밑에서거나 옆집 애완센터 토끼장 앞에서거나
 
  다른 몸들을 덮어주었을 옷 밑에서  울 땐 조금만 운다 울다가는 긴 장대로 아무 옷이나  꺼내 흔들어 보곤 한다 옷들은 위험하게 흔들리고 그녀는 이내 눈물을 그친다
 
  토끼장 앞에 쭈그려 앉아서 울 땐 오래 운다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고 앉아 오래도록 칫솔질을 하며 운다 토끼장 속 눈 붉은 토끼가 그녀를 먼저 외면할 때까지

  그런 저녁이 있은 다음날 아침이면  나는 그녀의 염전 앞을 가만가만 지난다 다리미 손잡이를 꽉 잡은  오른손 위에 말뚝처럼 포개어진 왼손. 어깨를 들어올리며 그녀는 다림판 위로 온 힘을 모은다
 
  기도하는 제 손을 내려다보는 황량하게 뚫린 두 개의 검은 염전. 당분간은 그녀도 수차를 젓지 않을 것이다


......

2010/10/19 21:43 2010/10/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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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水桶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이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살다보면 가끔씩 명확했던 경계들이 모호하게 흐려져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호접몽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우 보다는 기억, 감정, 일, 관계 등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호해졌으면 하는 경계들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하게 굳어지더군요.


水桶



잠에서 깨어 반쯤 꿈인 것처럼
수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쿨럭쿨럭 물이 들어오는 내 몸
피 눈물 애액 오즘 고름이 차고 빠지는

수통 속의 물 부어진
내 몸이 수통인지
수통인 내 몸이
내가 들고 마신 수통인지

느닷없이 장주의 나비를 생각하는 여름 한밤

이 물 한 모금.
정말 어디서 온 것일까
문지방을 넘는 목울대가 긴 별들
몸속으로 까마득히 흘러드는 이 물소리는?

2008/07/16 00:05 2008/07/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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