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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 -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


정부미 上品을 일반미라 속여 파는 둘째고모
를 가진 친구가 봉천동 비탈길
이마 위에 떠 있는 늘 부지런한 별을 보고
자꾸 인공위성이라고 부득부득
우겼다 별이 별이 아니라는 物證을
확보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기도 했지만
인공위성이 아니라는 設이 해외 토픽에도
밤 아홉시 뉴스에도 나지 않았다 그 겨울의
별은 찬밥처럼 부정적으로 빛났다
밤은 더듬더듬 깊어가고
깊어갈수록 다가오는 살아 있거나
죽어 있는 물고기의 마른 입술 같은 꿈
그 꿈 같은 어둠의 기슭
전염된 하루가
눈 감은 내 곁을 지날 때
모든 것을 빼앗긴다 나는 더불어 잃어버리면서
잎이 지는 폭력으로 숨을 가린다
내가 숨쉴 때 숨죽이고
내가 숨죽일 때 두근거리는 몇 그루의 나무 혹은
황폐한 벌판을 달리는 불빛
귀에 익숙한 숨소리가 불빛에 흰 가슴을
드러낸다 아직 눈뜨지 않은 투명한 그림자
누구일까
새와 동일하게 걷고 있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길을 멈추고
허리를 펴는 나무는 스스로
숲이 되어 숲이 아닌 것을 가리고
상처처럼 웃고 있는 저 아득한 눈빛은

인적을 드러내며 예정에도 없는 비를 맞는다 어제에 이어
계속 빗나갈 예정을 가지고
내가 우긴 별을 믿는 만큼
믿음의 거리에
믿음이 가지를 뻗은 만큼 가지를 쳐서
잎이 무성한 만큼 나를 허물며
흩어지는 반짝이는 네온사인 같은 적막함
그 흔적을 들여다보는 듯 서 있는
몇 그루 어려서 죽은 나무 잊혀지지 않는
몇 개의 전화번호 그리고 밤
이 찬란한 어둠의 무대 위에서
너는 쓰러져 울지 않고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冠을 쓰고 이별처럼
아 이별처럼 번쩍이며 進軍하는
하염없는 너

공원을 달리던 부푼 바람이
제풀에 목을 매고
쓰러져 있던 사람들이 물거품처럼
일어선다 용기를 붙들고
안간힘을 다해 휴가를 즐기고
겨울 山으로 소리를 지르러 가고 개미들은
담배를 피우며 허물어진 집을 다시
세운다 귀가 길에
한번 깨진 이마는 취기처럼 아물고
줄지어 앉아 있던 의자들이
울음을 삼키고 숲으로 달아났다
나는 그날 돌아왔다 별과 함께
십진법으로 세어지던 밤의 숫자 놀이는
한때 절망이었지만 깨끗한 꿈속처럼
체온을 훌훌 벗고 누우면 아득하지만
즐거웠다 인간의 탈을 벗고
그 숲한 기다림의 제복을 벗어버리고
나는 애원하는
내 최후의 껍질을 산산이 돌로 찍어냈다
즐거운 피는 멈추지 않고
그 밤의 짙은 안개는 소스라쳐 울었다

친구에게 얻다시피 산 쌀부대에서
바구미들이 기어나왔다 쌀 속에 묻힌 채
쌀을 먹고 사는 바구미가 쉴새없이 부대를 뚫고
기어나왔다 필사적으로
시끄러웠다 그리고 며칠째 나는
내 몸에서 뛰쳐나오는 수많은 바구미의 悲鳴을
역력히 보았다

-이창기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 중에서



이창기 시인의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이라는 시집을 주문해 놓고, 책이 도착하는 며칠을 참지 못해 찾아 올립니다. (인터넷에 책을 주문하는건 이 점이 참 안좋은 것 같아요. 발품을 팔면 바로 읽을 수가 있는데 말이죠.)

시는
http://blog.naver.com/nireno?Redirect=Log&logNo=80013207887
http://blog.naver.com/nawanuri?Redirect=Log&logNo=30010952992

위의 두 개의 블로그에서 찾았구요. 댓글을 달아 허락을 받고 싶었으나, 두분 모두 로그인 한 사람에게만 댓글을 허용 하셔서 링크를 답니다.

아직 책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위의 내용이 시의 일부인지 시의 전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에서 확인하는대로 다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008/04/21 14:55 2008/04/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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