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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주머니*를 읽다가

   자네 주소를 알아내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네.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걸고 싶지 않았네. 말과 글의 차이를 자네도 알고 있겠지. 하여 나는 글로써 적네.
   그때 비단길에서 시작된 만남이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군. 몇번 되지도 않은 만남이었지만 모두가 멋진 시간들이었네. 강화도에서 붕어낚시 하던 밤과 인사동에서 여동생과 셋이 데이트하던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걸세. 그애는 내 친여동생이라네. 그날 자네가 불러준 하남석의 「바람에 실려」잘 들었고 해장국 맛있었네.
  ... 중략 ...
   내가 끝까지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자네는 이 편지를 읽게 될 테지만 아마 못 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네. 혹시 읽게 되면 자네와 붕어낚시나 한번 더 해보고 싶군. 가기 전에 말일세. 그만 접어 보내네.
   헌데 봄에도 붕어가 잡히나?


위의 글은 죽음을 앞둔 화가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입니다. 사실 소설 상에서는 중략이라 써진 부분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도 있으나 과감히 생략하고(;;;) 단지 글의 느낌만 전달해 보려는 의도에서 옮겨 적어봅니다.

이 단편을 읽는 내내  나를 지배했던 감정과 별도로 자꾸 한 사람이 그리워졌습니다. 학교 선배였고, 누구보다도 닮고 싶었지만, 그 때는 제가 너무 어렸기에 그 방법 조차도 떠올릴 수 없어 답답했고, 이제는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한 사람을 자꾸만 떠올리게 됐습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네요.

감정이 좀 추스려지고나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윤대녕 작가의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에 실려있는 단편.
2009/12/16 16:41 2009/12/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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