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혜숙 - 무화과 / 선인장

무화과


누군들 남모르게 피워본 꽃 한 송이 없으랴.
마음의 주머니 속에 숨겨두고
여름내 혼자 키워 놓은 아름다운 비밀 하나


남혜숙 시인의 시를 읽으면 언제나 참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너무 강한 탓에 칼날도 아프다*를 읽은 후에 여우야 여우야**를 아직 못보고 있어요. 심지어 칼날도 아프다를 읽을 당시에 이미 여우야 여우야가 출판된 - 구매한 -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을 사랑하려면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스스로가 맘에 들지 않는군요. 아마도 제가 아직까지 옆에 사람을 두지 못하는건 그런 성격 탓이 아닌가 싶네요.
기분 좋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급 우울... ㅠㅠ


선인장


단단한 몸 날카로운 가시
거짓말이다

넓은 잎에 화려한 꽃
거짓말이다

모른다
저 몸속 가득찬 끈끈한 눈물



*  남혜숙 시인의 첫번째 시집 2001년 문학세계현대시선집-178
** 남혜숙 시인의 두번째 시집 2009년 지혜사랑 시인선-27
2011/05/09 11:42 2011/05/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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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도 아프다 주문완료! 발송완료!

남혜숙 시인의 시집 중에 2001년에 출간된 칼날도 아프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몇년 전에 이미 절판된 놈이라 애지중지 하고 있었는데, 도둑 맞았어요. !!!

음.. 제게 말을 하지 않고 가져갔으니 그 후에 아무리 '형, 고마워요 죄송해요 사랑해요'를 백만번 했다해도 용서가 안됩니다.(만약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점에서 녀석의 남은 수명은 저희 집에서 녀석의 집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었겠지만.... -_-)

물론 그 책 한권에 목매달고 살기에는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벅찬 신세라 간혹 짙은 아쉬움을 느끼는 수준에서 혹시나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2년여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나윤권의 음반을 사려고 한동안 들리지 않던 한 쇼핑몰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려는데(이 음반도 만약에 향뮤직에 품절이 뜨지 않았다면 굳이 이 쇼핑몰을 왔을까 싶습니다.) 예전에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물품이 그대로 있더군요. 세상에나 몇 개월 아니 거의 1년여가 지났는데 말이에요. 아니 어쩌면 장바구니 윗쪽으로 표시해주는 위시 리스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너무 흥분을 한 상태여서 기억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럴수가!!! 그 목록에 남혜숙 시인의 시집이 들어있더군요. 게다가 재고 수량도 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주문을 완료했더군요. -_-

앞으로는 뭔가를 사려할 때 이곳 저곳 기웃거려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적어도 온라인에서는......)
2009/12/03 14:17 2009/12/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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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숙 - 어둠은 마음을 훔친다 / 비는 자줏빛 달개비 꽃 빛을 지운다

어둠은 마음을 훔친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불을 끄고 누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어둠을 훔쳐본다

창 밖 지나는 바람과 시계의 초침소리
어둠으로 흔들리는 난잎 한 줄기
어둠은 슬픔이 되고 강이 된다
어둠은 깊은 강을 떠도는 돛단배이기도 하다

어둠을 훔치는 귀와 손

내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는 동안
어둠이 내 마음을 훔치고 있다

남혜숙 시인의 시는 조용한 읊조림으로 가슴의 상처를 감싸 안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시인 때문에 침대 맡에 두는 스탠드를 장만했다.) 혹은 비가 오는 창가에 앉아서 읽어도 참 좋지만,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도 참 좋다. 참 좋다.

비는 자줏빛 달개비 꽃 빛을 지운다


자줏빛 물달개비 꽃잎위로
빗방울 하나가 뚝, 떨어진다
잠시 후, 내 겨드랑이에 울컥 슬픔이 고인다
몇 개의 몇 번의 빗방울이 떨어졌을까
그 통증이 지나간 자리에
꽃 빛이 흐리게 지워져가고

꿈을 꾸고있던 내 눈꺼풀을
스치고 지나간 빗방울
하나, 혹은 둘......
목마르게 기다리던 빗방울도 때로는
꽃잎에 상처를 낸다

2008/04/04 13:30 2008/04/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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