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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水桶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이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살다보면 가끔씩 명확했던 경계들이 모호하게 흐려져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호접몽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우 보다는 기억, 감정, 일, 관계 등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호해졌으면 하는 경계들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하게 굳어지더군요.


水桶



잠에서 깨어 반쯤 꿈인 것처럼
수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쿨럭쿨럭 물이 들어오는 내 몸
피 눈물 애액 오즘 고름이 차고 빠지는

수통 속의 물 부어진
내 몸이 수통인지
수통인 내 몸이
내가 들고 마신 수통인지

느닷없이 장주의 나비를 생각하는 여름 한밤

이 물 한 모금.
정말 어디서 온 것일까
문지방을 넘는 목울대가 긴 별들
몸속으로 까마득히 흘러드는 이 물소리는?

2008/07/16 00:05 2008/07/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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