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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요즘 의도하지 않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더군요.

뭐 꼭 연말이라서 이런저런 약속이 잡혔기 때문은 아니었구요.

근 1~2년을 전화로 안부만 묻던 사촌 동생을 결혼 빌미로 만나 술 한잔.

컴퓨터가 고장났을 때를 제외하면 연락 한 통이 없어 내심 서운했던 동생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 밥 한끼.

복잡한 심사에 잠도 오지 않고, 냉랭한 방 구석에 혼자 있는 것도 우울해, 가볍게 한잔 하려고 들린 포장마차에서, 남는 자리가 없어 합석을 한 누군가와 합이 맞아 술 두잔.

뭐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뭐 제 성격 탓이겠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나면, 며칠 간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더군요.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을 만났을 때의 낯설음, 반가움, 긴장, 설레임, 그 사람과의 대화 속에 녹아있는 의미들... 그런 복합적인 이미지들이 사정없이 제 온 몸을 두드려대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진다는 의미구요. 아주 드물지만, 만난 사람이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거나 자리가 불편했을 경우는 실제로 몸이 아프기도 하구요.

그런데 얼마 전, 합석에 합석을 거듭해 대책없이 커진 술자리에서 한 아가씨와 통성명을 하게 됐습니다.

이름이 '사랑해'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제가 술김이어서 비슷한 발음을 잘못 들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정말 이름이 '사랑해'라더군요. 

뭐 그 사람과의 대화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가열차게 마신 술 덕분에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머리에 남아있는 것이라곤 참 잊기 힘든 그 이름 뿐이지만, 그 만남 이후로 '사랑해'라는 말을 가만히 입 안에서 웅얼거려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시를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정호승 시인의 다른 시와 함께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시에요.

그 사람의 이름 덕분에 그리고 시를 읽으면서, 내가 진정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이런게 이상형이라는 것일지도..) 좀 더 차분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사실 요즘 심적으로 좀 쫓기는 느낌을 받기도 해서 될대로 되겠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거든요..)

그나저나 싱숭생숭 뒤죽박죽 끓어오른 마음이 가라 앉으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네요.

당분간 술값 좀 들겠습니다. -_-a

2008/12/22 12:01 2008/12/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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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jii2008/12/24 10:40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사랑해...

    왠지 낯선 단어...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을 만났을 때의 낯설음, 반가움, 긴장, 설레임, 그 사람과의 대화 속에 녹아있는 의미들... 그런 복합적인 이미지들이 사정없이 제 온 몸을 두드려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음....

    나를 만나고도 그러겠군....
    • 당연히 너를 만나고도 그러하지.. 근데 중괄호에 강조해준 그 말은 말야.. 나쁜 뜻만은 아냐..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러




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스테인드글라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2월 9일이었던가? 약속이 있어 부천역을 서성이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실은 정확한 약속이 잡힌 건 아니었다. 집에 있기에는 좀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바람도 쐴겸 일찌감치 길을 나선 참이었다.)

부천역사에 붙어있는 쇼핑몰 7층에 교보문고를 들어갔다.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쪽을 쭉 훑어보다가 '이 달의 베스트셀러 코너'였나? 정호승 시인의 시집이 올라와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는데 그 동안의 시를 모아놓은 시선집이었다.

'시선집만 몇번째야.. 새 시집은 이제 안 내시나?' 시무룩한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보니 왠걸 '포옹'이 3년만에 나왔단다. 그것도 작년 9월에... 낼름 사들고 집으로 와버렸다. 캬.. 역시 좋구나...

스테인드글라스


늦은 오후
성당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높은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저녁햇살이
내 앞에 눈부시다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나 아직 알 수 없으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조각조각난 유리로 만들어진 까닭은
이제 알겠다
내가 산산조각난 까닭도
이제 알겠다


시집을 다 읽고서(시집을 빠르게 여러번 읽는 편이어서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몇가지 마른 안주를 챙겨 시원한 맥주를 몇잔 마시고서 잠이 들었다. 참으로 행복한 주말이로구나.
.
.
.
결국 약속을 잊은 벌(술김에 이불을 제대로 덮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이유겠지만...)로 난 감기에 걸려 며칠을 고생해야 했다.

2008/02/18 14:16 2008/02/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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