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2008/03/13 19:29
늙은 참나무 앞에 서서
무수히 떡메를 맞은 자리에
엄청난 둔부 하나가 새겨졌다
벌과 집게벌레가 들어와
서로를 건드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를
열심히 빨아먹고 있다
저긴,
그들만의 천당이다
누군가에게
내 상처가 천당이 될 수 있기를
내가 흘리는 진물을
빨아먹고 사는 광기들!
다시,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누군가 떡메를 메고 와
열매들을 털어가기를
더 넓게 더 깊게
상처를 덧내주기를
누군가에게 가는 길,
문을 여는 방법,
그것밖에 없음을
얼마 전에도 이윤학 시인의 시를 올렸었다 하지만,
지난 번 충동 구매로 질러버린 책 중에 이윤학 시인의 시집이 4권이나 된다.
이해해 주길.... 이 시들은 요즘 읽고 있는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에 들어있다.
참고로 황지우 시인이 3권, 이승하 시인이 3권이다.. 음.. ;;;;
물통들
뻘건 플라스틱 바가지로 약수를 뜨다 보니
나 하나쯤 맘껏 퍼먹어도
그대로일 약숫물이
누군가의 눈물샘인 것만 같은 것이다
줄어들지 않는 줄과
좁혀지지 않는 간격 사이에
목마른 물통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 늙은 참나무 앞에 서서, 물통들, 시, 이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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