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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철 - 너 누구니 / 그리움에 대하여 /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너 누구니


가슴속을 누가 쓸쓸하게 걸어가고 있다.
창문 밖 거리엔 산성의 비가 내리고
비에 젖은 바람이 어디론가 불어가고 있다.
형광등 불빛은 하얗게
하얗게 너무 창백하게 저 혼자 빛나고
오늘도 우리는 오늘만큼 낡아버렸구나.
가슴속을 누가 자꾸 걸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을 듯 보이지 않을 듯 보이며 소리없이.
가슴속 벌판을 또는
멀리 뻗은 길을
쓸쓸하게
하염없이
걸어가는
너 누구니?
너 누구니?
누구니, 너?
우리 뭐니?
뭐니, 우리?
도대체.


그리움에 대하여

 
라일락 향기 같은 것
봄 같은 것
바람 같은 것
교실 창 너머 낮은 지붕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것
그 흔들림
그 따듯함
문득 뒤돌아보면
너는 없는데

어린 시절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작은 풀잎 하나
한잎의 사랑
잠이 깬 봄밤
나뭇가지 끝에 걸린
작고 푸른 달
그 구름속에 가려진
먼 그리움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지금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으니
보여다오, 너의 가슴을
가슴에 있는 부드러운 사랑과 못난 미움과
꽃과 가시와 양과 늑대도
보여다오,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보여다오, 너의 감추어진 곳을
거기에 있는 풀밭과 못된 함정과
피 흐르는 상처와 예리한 칼날도
보여다오,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요즘 퇴근길 골목을 돌아돌아 집으로 올라가다 보면, 느닷없이 라일락 향기가 날 덮치곤 한다.
 
그 향기가 얼마나 진하고 향기롭게 몸을 두드려대는지 멍하니 딴 생각을 하며 가다가도,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려보며 라일락 나무와 그 끝에 소복하게 매달려있는 꾳들을 쳐다보며 뜻모를 웃음을 한번 짓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곤 한다.

봄이 저 멀리 가버리기 전에 온 몸에 멍이 들도록 맞아봐야겠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가을까지는 이놈 저놈 때린다는 놈들이 줄을 서있긴 하구나... -_-)

2008/04/17 20:16 2008/04/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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