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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 - 매미

매미


매미가 운다
중앙공원 인근 우체통 옆
밤의 나무 그늘에 우표처럼 붙어서

이 밤중에 자지 않고 웬 울음?
불빛 밝아 낮인 줄 아나?
그보다는 더 그리우니까?

그러니까 그리우니까?
아직도 서로 완전히 오지 않아서
불빛 아래 차오르는 그늘의 수위를 재며
우리는 가로수 그늘 아래 마주 서 있고

매미는 새벽까지도 울음 그치지 않네
이산가족들 만나 껴안고 우는 사진 구겨진
신문 덮고 집 없는 이는 저 구석에서 자는데

오직 울음으로 만나질 제짝 그려
지하에서 한사코 지상에 올라온 것들
제 모든 걸 울어 밝혀 잠 못 드는


학교를 졸업하고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는 선배가 어찌어찌하여 내 블로그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갑자기 잡힌 회식으로 술을 한잔 하고 들어가는데, 문자가 왔다.

"넌 여전히 문지파로구나! 조만간 한번 보자.."

문지파.. 그러고보니 시집을 고를 때,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을 주로 읽는 사람을 문지파, 창작과 비평 시인선을 좋아하는 사람을 창비파라해서 나름대로는 치열하게 문학적 성향(?)을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뭐 이제는 찾기 편하고 눈에 보이는 책들을 집어드는 쪽에 가까우니 성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희미해졌다고 봐야겠지.

장마 치고는 내리는 것도 시원치 않고, 덕분에 날씨는 선선하고, 장마가 지나고 나면 모든 걸 울어 밝혀 잠 못 드는 놈들 때문에 시끄럽겠지만, 그 울음 소리가 문득 그리워진다.

2008/06/19 14:53 2008/06/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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