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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눈물 한방울

오늘 오후에 레너드(남편)와 나 둘 다 런던에 갔다. 레너드는 도서관에 갔고, 나는 웨스트엔드를 돌아다니며 옷을 골랐다. 나는 정말 누더기를 입고 다닌다. 나이가 드니까 고급 상점이 덜 무섭다. 데븐햄과 마셜즈를 쓸고 다녔다. 그런 뒤에 차를 마시고, 어두울 때 차링크로스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써야 할 구절과 사건들을 궁리했다. 이러다가 명대로 못 살고 죽지 싶다. 10파운드11페니짜리 파란 드레스를 샀다. 지금 그 속에 앉아 있다.- 1915.02.15.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이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곤 했는데, 오늘 결국 울고 말았다.

그 기념(?)으로 오랫만에 블로그의 먼지를 털어내본다.

고요했던 가슴이 다시금 흔들리는 것일까? 소리없이 잔잔하고 그렇게 천둥처럼...
2013/04/11 18:13 2013/04/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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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로 봄이 피었습니다.

4월 1일부터 사무실에 8시까지 출근을 해야했습니다.(만우절이어서 거짓말이길 바랬는데 아니더군요. ㅠㅠ)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벼뜨고, 대충 머리를 감고, 면도는 늘 그렇듯 가볍게 무시하고는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언덕 길을 내려가는데,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해가 너무나 붉게 떠올라 있더군요.

오랫만에 보는 참 멋진 광경이었고, 상쾌한 아침과 너무나 어울리는 모습이었기에 감정이 격해졌는지 이런저런 말들이 머릿 속에 고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오는 동안 생각나는 말들을 열심히 적었습니다. 내심 '흠.. 이정도면 적당히 주물러서 오랫만에 시 비슷한거 한편 나오겠는걸?' 이런 생각도 하면서요.

그런데, 사무실에 오자마자 무슨 일이 그렇게 미친듯이 몰려오는지 며칠동안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 골목길 담장 너머로 피어있는 목련을 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부터 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잊고 지내는 며칠 사이 정말 활짝 피었더군요. '아... 정말 봄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피어있는 목련이 너무 눈부셔서 좋았습니다. (사실 목련꽃을 보고 예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별로 없는데도 가끔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어요.)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두근 하고, 히죽히죽 웃었다가 창밖을 보면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온통 봄이 조용히 내려 앉았네요.


P.S. 해돋이나 목련을 보면서 적었던 글들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무 유치하고 낯뜨거워서 블로그에서 빛을 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_-;;;

2009/04/03 10:32 2009/04/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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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이아범2009/04/06 17:24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급한 불이 꺼져서 갑자기 일이 하기 싫어 지던차 그동안 있고 있던 니 블로그가 생각이 나서 들렀네. 근데 좀 바꿨네 ㅎ. 음.. 할말도 없고. ㅋ 옆에 보니 곧 방문자 카운트가 3만이 되네. 이벤트 안하남 3만 돌파 기념 탕슉 어때? ㅎㅎ
    • 좋지.. 3만번째 스샷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 탕슉쯤이야.. ㅎㅎ
      그리고 일에 지쳐도 기운내고.. 화이팅 '-'/




홍영철 - 너 누구니 / 그리움에 대하여 /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너 누구니


가슴속을 누가 쓸쓸하게 걸어가고 있다.
창문 밖 거리엔 산성의 비가 내리고
비에 젖은 바람이 어디론가 불어가고 있다.
형광등 불빛은 하얗게
하얗게 너무 창백하게 저 혼자 빛나고
오늘도 우리는 오늘만큼 낡아버렸구나.
가슴속을 누가 자꾸 걸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을 듯 보이지 않을 듯 보이며 소리없이.
가슴속 벌판을 또는
멀리 뻗은 길을
쓸쓸하게
하염없이
걸어가는
너 누구니?
너 누구니?
누구니, 너?
우리 뭐니?
뭐니, 우리?
도대체.


그리움에 대하여

 
라일락 향기 같은 것
봄 같은 것
바람 같은 것
교실 창 너머 낮은 지붕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것
그 흔들림
그 따듯함
문득 뒤돌아보면
너는 없는데

어린 시절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작은 풀잎 하나
한잎의 사랑
잠이 깬 봄밤
나뭇가지 끝에 걸린
작고 푸른 달
그 구름속에 가려진
먼 그리움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지금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으니
보여다오, 너의 가슴을
가슴에 있는 부드러운 사랑과 못난 미움과
꽃과 가시와 양과 늑대도
보여다오,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보여다오, 너의 감추어진 곳을
거기에 있는 풀밭과 못된 함정과
피 흐르는 상처와 예리한 칼날도
보여다오,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요즘 퇴근길 골목을 돌아돌아 집으로 올라가다 보면, 느닷없이 라일락 향기가 날 덮치곤 한다.
 
그 향기가 얼마나 진하고 향기롭게 몸을 두드려대는지 멍하니 딴 생각을 하며 가다가도,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려보며 라일락 나무와 그 끝에 소복하게 매달려있는 꾳들을 쳐다보며 뜻모를 웃음을 한번 짓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곤 한다.

봄이 저 멀리 가버리기 전에 온 몸에 멍이 들도록 맞아봐야겠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가을까지는 이놈 저놈 때린다는 놈들이 줄을 서있긴 하구나... -_-)

2008/04/17 20:16 2008/04/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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