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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 빈 집 中에서

그녀가 떠나온 곳이 어디인지 그는 모른다. 거기가 어딘데? 라고 그는 묻지 않았다. 단지 그곳이 아주 먼 곳일 거라는 생각, 여기 바깥일 거라는 생각, 그는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그녀가 그녀의 살림들을 싣고 고속도로로 나갔든 아니든 트럭기사 옆에 앉은, 어딘 가로 옮겨가는 그녀 곁엔 그가 아니라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어 줬다. 품속에 그 고양이만이 따뜻한 체온으로 안겨 있었다. 어쩌면 지금쯤 그녀와 고양이 한 마리는 종일 고속도로를 달려. 지금쯤 그녀가 떠나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그녀의 그곳에 닿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낮에 함께 갔으면 너도 그랬을 텐데 너는 왜 여기 이 빈집에 홀로 있니? 그는 누운 채로 자신의 버려져 있는 듯한 팔을 모아 배 위의 고양이를 안았다. 고양이의 부드러운 등털 속에서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랬을 거라고, 그녀도 이렇게 어느 순간 순간을 이 부드러운 등털 속에 손을 묻으며 밤과 낮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는 얌전하게 점박이의 등을 만지고 있을 수가 없어졌다. 그의 손길에 힘이 들어가고 어지러워지니 천년이라도 그의 배위나 손바닥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것 같던 점박이는 그를 차내고 가볍게 창틀을 딛고 이젠 비어 있을 벽의 선반 위에 가 사뿐히 앉았다.
- 신경숙, 빈 집 中에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신경숙 씨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쓰신 글들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얼마 전,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제 얼추 젖을 떼고 있어서 분양을 해보겠다고(실은 어머니의 성화가 대부분의 이유입니다만....)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어떤 이들은 어찌나 냉정하게 끊어 말을 하던지, 말을 한 제가 더 무안해질 정도였습니다.(좀 더 부드럽게 거절할 수도 있었을텐데.. 상처받았어요 ㅠㅠ)

저요? 저는 뭐 워낙 어렸을 때부터 개든 고양이든 끊임없이 키워온 터라, 목욕시킬 때, 욕실에서 날아다닌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개나 고양이나 똑같습니다. 사람이 성격이 다 다르고, 장단점이 있는 것처럼 개나 고양이 모두 알면 알수록 사귀어 볼만한 벗이라는 생각입니다.
2008/04/28 15:40 2008/04/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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