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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스테인드글라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2월 9일이었던가? 약속이 있어 부천역을 서성이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실은 정확한 약속이 잡힌 건 아니었다. 집에 있기에는 좀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바람도 쐴겸 일찌감치 길을 나선 참이었다.)

부천역사에 붙어있는 쇼핑몰 7층에 교보문고를 들어갔다.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쪽을 쭉 훑어보다가 '이 달의 베스트셀러 코너'였나? 정호승 시인의 시집이 올라와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는데 그 동안의 시를 모아놓은 시선집이었다.

'시선집만 몇번째야.. 새 시집은 이제 안 내시나?' 시무룩한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보니 왠걸 '포옹'이 3년만에 나왔단다. 그것도 작년 9월에... 낼름 사들고 집으로 와버렸다. 캬.. 역시 좋구나...

스테인드글라스


늦은 오후
성당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높은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저녁햇살이
내 앞에 눈부시다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나 아직 알 수 없으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조각조각난 유리로 만들어진 까닭은
이제 알겠다
내가 산산조각난 까닭도
이제 알겠다


시집을 다 읽고서(시집을 빠르게 여러번 읽는 편이어서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몇가지 마른 안주를 챙겨 시원한 맥주를 몇잔 마시고서 잠이 들었다. 참으로 행복한 주말이로구나.
.
.
.
결국 약속을 잊은 벌(술김에 이불을 제대로 덮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이유겠지만...)로 난 감기에 걸려 며칠을 고생해야 했다.

2008/02/18 14:16 2008/02/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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