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홈쇼핑에서 절찬리에 판매되던 상품 중에 슬로우 쿠커라는 놈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언제부턴가 그 슬로우 쿠커라는 것이 부엌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눈에 걸리긴 했습니다만, 어디서 생긴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별로 쓸 일도 없고 해서 그냥 장식품으로 거의 2년을 방치되던 놈이었습니다.(카레를 끓이기 위해 8시간을 투자 해야한다니... )
그러다가 드디어 이 놈을 사용할 일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부터 제 저질 체력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만 갔고, 몸 보신을 뭘로 할까 고민고민 하던 끝에 찬장 한 구석에 있는 홍삼뿌리와 느릅나무 껍질(위와 장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우려내서 먹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왠지 은근한 불에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잠들기 전 슬로우 쿠커를 깨끗이 씻어(도자기 그릇을 닦는데 철수세미를 써야 했습니다.;;;) 홍삼뿌리 한주먹과 느릅나무 껍질 한 조각을 넣고 물을 가득 부은 후 저온으로 맞춰놓고 '내일 아침이면 만성 피로는 저 우주의 먼지처럼 흔적없이 사라지는 거다!' 라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늦잠을 잤어요. 헐레벌떡 씻고, 옷을 입고, 뛰었습니다..... 점심을 먹고서야 생각이 났어요. 슬로우 쿠커......
뭐 '슬.로.우.쿠커니까' 라며 내심 위안을 했지만 영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더군요.
퇴근을 해서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냄새로 봐서는 심하게 탄 것 같지는 않더군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슬로우 쿠커를 작동시킨지 20시간 만에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한 세 숟가락 정도 남았더군요. -_- 지독히 농축되어서인지 뚜껑을 열 때, 냄새만 맡았는대도 피로가 회복되는 느낌이었어요. ;;;
바로 물에 담그면 도자기 그릇이 깨질까봐 식을 때까지 기다렸더니 졸여진 자국이 닦이질 않아서 물에 담가놓고 왔습니다.(어찌나 말라붙었던지 철수세미도 소용이 없더라구요.)
오늘 저녁에 다시 한번 해보려고요.
이번엔 냄새가 좀 나더라도 안방에 가져다 놓고 끓여야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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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2009/03/06 13:43글쟁이같으니...
웃었다.. 후후후
오늘은 성공하려나...?-
Jackaroe┃2009/03/06 21:11성공해야지..
그런데 내일도 일찌감치 나가봐야해서 좀 불안...
그냥 일요일날 해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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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jii┃2009/03/06 16:28그 세 숫가락...
완전 진국이겠네~ ㅎ-
Jackaroe┃2009/03/06 21:11완전 진국...!!!!
그런데 무서워서 먹어볼 수가 없었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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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기둥┃2009/03/06 17:59기대되요~..
p.s 알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번도 보고 웃으시라고 남겨요..홈피클릭~-
Jackaroe┃2009/03/06 21:12먹고 효과 좋으면 좀 나눠줄께. ^^
아.. 링크 잘봤다. 글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음.. 굳이 적중률을 뽑아보자면 40%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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