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는 삶'에 대한 글 검색 결과 1개search result for posts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과 누군가와 얽힌다는 것.

사람이 개인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다른 무언가와 얽힐 순간이 되면, 그 곳에선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가치관의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충돌은 보통 '원만하게' 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얽히는 경우는 서로 간의 힘의 강약 혹은 다른 부차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개인과 집단, 개인과 사회 혹은 개인과 국가 사이에선 개인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 하더라도 기존의 질서에 몸을 맡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간혹 그 반대의 경우나 얽히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개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모든 것과 단절된 채 개인으로 남아있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관계들 속에서 포기하는 관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입니다.

요즘 한참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만, 당연하게도 답은 안나오고 책을 읽다가 문득 비슷한 느낌으로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텐데요."

게라임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깍지껴 아래로 늘어뜨린 채 아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들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봐라. 아들아. 이것이 한 명의 레콘이 자기 기준에  따라 무엇인가를 평가한  결과다. 너도 이런 평가를 받고 싶으냐? 평가가 그렇게 좋으냐?"

게라임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들의 얼굴을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보십시오. 아버지. 이래서는 안된다는 기분을 느끼십니까? 평가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평가를 거부하시겠습니까?"

시오크는 흠칫했다. 그는 앞으로 한 발 걸어가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평가와 평가가 오가면서 도덕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때까지 도대체 몇 명이나 죽어야 한단 말이냐?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도덕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는 모순을 납득해야 한다는 거냐?"

  "그러면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모순을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모순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법이 준법자들이 아닌 탈법자들에 의해 지탱되는 것을 보십시오. 모두가 준법자라면 법은 불필요합니다. 법은 탈법자들을 도태시키고 추방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상 탈법자들에게서 존재 이유를 받습니다. 그런 법의 모순을 보십시오. 그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법이 불필요해질 때까지 모순이 있더라도 모두가 평가하면서 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오크는 목을 떨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법이 불필요해지는 것이 먼저겠느냐, 사람이 다 없어지는  것이 먼저겠느냐? 레콘이라는 존재는 그 모순을 대재앙으로 만들 수 있지 않느냐?"

게라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아버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모릅니다. 우리가 레콘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오크는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했던  상처가 좀 심각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리의 힘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시오크는 끝내 허물어졌다. 하지만 그가 무너진 순간 게라임의 팔이 그를 나꿔채듯 붙잡았다. 그는 아버지의 어깨에 턱을 묻은 채 무릎을 꿇었다. 게라임은 시오크의 앞쪽에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들아. 나도 모르겠구나."

2009/04/07 08:56 2009/04/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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