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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천 - 오늘도 안녕하신가

오늘도 안녕하신가


몇 명의 아이들이 어제처럼
몸보다 길어진 그림자를 밟으며 지나간다
아이들의 길어진 머리끝에서
어둠은 시작된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저녁을 기다리는
그대의 작은 집 아직도 캄캄한
창문은 내 그림의 배경이다
11월의 거리에서
오들오들 떨며 안녕하시냐고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그림 속의 그대도 그런가
수직의 언덕길을 오후의 햇살이 넘어설 때까지
무거운 내 그림의 구도는 여전히 그대로다
무거워진 저녁의 나뭇잎들이
그대의 등 뒤로 떨어진다
쫓기듯 낙엽의 무게를 빨갛게 그려 넣으며
이건 연습이야, 라고 중얼거린다
그림자가 희미해진 길 위로
툭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시간들
그 뒤로 점차 한쪽으로
그대는 한쪽으로만 기울어질 것이다
기이하게 늘어진 그림 속으로
저녁이 벌써 반 넘게 옮겨지고 있다
그대는 여전히 안녕한가


문득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다. 안녕하시냐고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실로 오래된 기억 속의 그들은 신기하게도 잊고 싶은 기억들은 점점 흐려지고 좋은 기억들은 선명하게 덧칠되어 왠지 지금 보면 웃으면서 술 한잔 할 수 있을 것 같은 포근함만이 남아 찬바람 부는 날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누군가가 되고 만다.

안양천를 밟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안부를 묻고 싶은 너가 있었다. 그대는 여전히 안녕하신가.
2008/02/18 20:08 2008/02/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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