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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 우물

요 근래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저는 결국 '지름신'이 내려와 '나에게 힘이되는 카드'로 4 권의 책을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역시 지름신의 힘은 강력하더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싸인은 끝나있고, 가방은 묵직하더라는.....-_-;;

4권의 시집 중에 한권은 군대간 애인에게 하루에 한편씩 써서 보내주고 싶다고 말하는 어떤 여인네에게 선물로 드렸고, 남은 3권 중 제일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신용목 시인의 "그 바람을 다 걸어야한다"라는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시집이었습니다. 읽던 중 함께 읽고 싶은 시가 있어서 한편 올려봅니다.

우물

학미산에 다녀온 뒤 내려놓지 못한 가시 하나가 발목 부근에 우물을 팠다
찌르면 심장까지 닿을 것 같은

사람에겐 어디를 찔러도 닿게 되는 아픔이 있다 사방 돋아난 가시는 그래서 언제나 중심을 향한다

조금만 건드려도 환해지는 아픔이 물컹한 숨을 여기까지 끌고 왔던가 서둘러 혀를 데인 홍단풍처럼 또한 둘레는 꽃잎처럼 붉다

헤집을 때마다 목구멍에 닿는 바닥
눈 없는 마음이 헤어 못 날 깊이로 자진하는 밤은 문자보다 밝다 발목으로는 설 수 없는 길

별은 아니나 별빛을 삼켰으므로 사람은 아니나 사랑을 가졌으므로
갈피 없는 산책이 까만 바람에 찔려

死火山 헛된 높이에서 방목되는 햇살 그 투명한 입술이 들이켜는 분화구의 깊이처럼
허술한 세월이 삿된 뼈를 씻는 우물

온 몸의 피가 회오리쳐 빨려드는 사방의 중심으로 잠결인 듯 파고드는 봄 얼마간
내 아픔은 뜨겁던 것들의 목마름에 바쳐져 있었다
2006/01/20 23:50 2006/01/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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