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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 - 성에꽃 / 전태일

성에꽃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2002년인지 2003년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학기동안 최두석 시인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수업 제목이 "시의 이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용은 리얼리티 시란 무엇인가 ?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인의 수업을 들으면서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구요.

학기가 모두 끝나고 제가 느낀 점은 뭐랄까? 낭만시는 모르겠으되 리얼리티 시를 쓰기에는 제가 너무 어리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여전히 어린 것 같습니다.



전태일


   달 없는 어둠 속을 검게 숨죽여 흐르는 강물, 별들은 모두 선잠 깬 듯 깜박거린다. 한사코 그늘에서 그늘로만 옮겨디디며 살아온 자의 생애가 오늘밤 급한 여울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물살이 한 줄기 도도한 강물로 흐른다. 문득 물결을 타고 어룽더울 두꺼비 한 마리 헤엄쳐 오른다. 무겁게 알 밴 몸이 물살을 따라 흐르다가 다시 자맥질 하며 거슬러오른다. 마침내 기슭으로 기어올라 엉거주춤 뒷발에 한껏 힘을 주고 두리번거린다. 가슴을 벌럭이며 결연히, 어찌할 수 없는 천적 독사를 찾아나선다. 그리하여 드디어 온몸으로 잡아먹힌다. …… 이제 며칠 후면 독사의 뱃가죽을 뚫고 수백 마리 새끼 두꺼비가 기어나오리라. 독사의 살을 먹으며 굼실굼실 자라리라.

2008/04/15 11:22 2008/04/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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