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대한 글 검색 결과 4개search result for posts

To. 페이

To. 페이


천국의 문 이후로 못 봤으니까...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것도 참 오래된 일이로군요.

어떻게 지내요? 뭐 워낙에 타고난 성격 탓에 어딜 가서도 잘 지내리라 짐작은 하지만 좀 궁금하긴 하네요.

아.. 제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던가요? 언젠가 술김에 한번쯤 말한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네요.

제가 당신을 처음 본 것은 Honky Tonky Women이라는 에피소드에서였고, 뭐 그때만해도 제게 당신은 그저 그런 여자주인공 그 이상은 아니었어요.(전 그때 이미 스파이크 스피겔에게 상당히 집중해 있는 상태였거든요)

물론 회가 거듭되면서 당신은 '도박 중독인 좌충우돌 여인네'에서 '뭔가 사연을 간직한 사람'정도로 변하긴 했습니다만, 그것 뿐이었다면, 1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제가 당신을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하진 못하겠지요.

Speak Like a Child의 마지막 장면이었을겁니다. 비디오 속의 어린 당신이 미래의 당신에게 응원을 보내고, 그걸 바라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페이 발렌타인이라는 케릭터가 제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살았어요. 뭐 비극적 결말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끝까지 봤고, 현실 속의 저도 나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칠 때였거든요. 그러다가 언제였더라 도통 잠이오질 않던 어느 날 컴퓨터를 뒤적거리다가 카우보이 비밥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뭐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니까..' 라면서 이것 저것 띄엄띄엄 눌러서 보다가 Jupiter Jazz (Part 1)을 봤어요. 거기서 당신이 이런 말을 했어요. 기억나려나?

"인간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다고 흔히 말하지만 꽤 살아갈 수 있는거더라고, 사람들 속에서 외톨이라고 느끼는 것보단 혼자서 고독을 느끼는 쪽이 나아"

그 얘기를 듣는 순간이 당신이 내 마음 속에 자리잡는 순간이었어요.

전 여전히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굳게 믿지만, 당신의 말 또한 깊이 깊이 공감했거든요.

사실 제가 요즘 그래요.... 지금 제 컴퓨터에는 USB 를 통해서 MP3Player 와 핸드폰과 PDA가 충전되고 있어요. 예전부터 핸드폰을 '하루에 한번씩 충전해야하는 귀찮은 시계' 정도로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문득 컴퓨터가 그저 거대한 충전기가 되어버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웃었습니다.(아 물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논외로 하구요^^;;;)

제가 사람들 때문에 요즘 좀 힘든 모양입니다. 그래서 당신 생각이 났나봐요. 당신이라면 제게 무슨 말을 해줄지 궁금했거든요.

이 편지가 언제쯤 당신에게 전해질까요? 전해지긴 할까요? 아득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 당신에게 ...

2009/02/17 16:58 2009/02/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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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

To. ......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제 밤 꿈 속에서 아니 꿈인지 아닌지도 모를 혼란 속에 뒤척이고 있을 때, 너가 우리집 현관을 두드렸어.

요란한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넌 아무 말 없이 불쑥 들어와서는 신발을 벗고, '좀 씻자'며 욕실로 들어가버렸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3년만에 나타난 네가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 같아. 왜 그랬을까? 왜 그게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을까?

난 그저 당황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보일러를 켜고, 침대에 걸터 앉아 네 이름을 기억해 내기 위해 안절부절했어.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거든.

다만, 물이 차다면서 궁시렁거리는 네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넌 참 여전하구나 ...'라며 살며시 웃었어.

그리고, 내가 너에 대한 많은 기억들을 여전히 추억하고 있다는걸 알았어. 네 얼굴, 네 미소, 네 말투, 네 목소리, 너와 함께 밥을 먹던 자리, 왜 너와 서먹해졌는지 그 이유와 그 때의 서운함과 원망까지도...

그런데,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어. 그게 너무 미안하고 서러워서 벽 넘어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울다가 잠이 깼다.

일어나서도 어지러운 마음에 욕실 문을 한번 열어보고, 다시 열어보고,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도 네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영화를 많이 본 탓일까? 오늘은 왠지 누군가로부터 네 소식을 들을 것만 같아서 마음을 두근거리다가 그 마음을 채 접지 못하고 이 곳에 풀어 놓는다.

2009/02/09 11:36 2009/02/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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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인영

To. 인영

얼마 전, 오래도록 연락이 없었던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결혼을 하게됐다더군요. 그 전에 한번 볼 수 있겠냐고, 시간을 맞춰볼테니 꼭 나오라고, 연락하기가 너무 미안했다고, 그래도 꼭 나오라고 보고싶다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그녀석의 목소리에서 당신을 느꼈습니다.

약속 장소는 인천, 조금 일찍 도착해서 대학시절 자주 드나들던 서점을 찾아가 아저씨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전기난로 앞에 앉아 아저씨가 타주시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나눴던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서, 대화가 길어져 조금 늦어버린 약속 장소에서 만난 친구들의 얼굴 위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가 자리를 파하고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몸을 던지는 그 순간까지도 당신은 좀처럼 흐려지지 않더군요.

언제쯤에나 내가 당신을 의식하지 않은 채로 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사람의 그림자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잊혀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 중에 하나로 생각 할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그때는 조금 더 편한하게 당신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02/04 15:27 2009/02/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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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 - 보내지 못한 편지 Part I, Part II

며칠째 복잡한 머리를 탓하며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써내려 가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폴더 한구석에 저장해 놓은 글이 대략 5~6개.

어쨌든 공을 들여 써내려간 것들이니 나중에라도 정리가 되면 올리고 싶어 모아두는 것인데, 밤새워 쓰고는 봉투에 넣기 전 읽어버린 편지처럼 결국은 먼지만 쌓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햇살이 아득하게 좋은 하루의 무게가 버겁기만 합니다.

2008/06/10 11:26 2008/06/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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