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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어려움

어제 오랫만에 술자리 약속이 생겨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오랫만에 만나는 상황이었지만, 생각보다 대화의 주제가 끊어진다거나 너무 어수선하지도 않게 화기애애한 자리였던 것 같다. 적당히 술도 마셨고, 기분 좋게 헤어져 집에 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어찌나 지치던지 아무 생각도, 일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직업 특성상 컴퓨터와 대화하고 의사소통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가 점점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생각할 때는 컴퓨터와 이야기하는 것이 더 답답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듯, 컴퓨터에도 언어가 있다 그런데 그 언어의 구조와 문법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비해 간결하고 정확하다. 또,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의도를 해석하지 않아도 되고,(말한 바 그대로를 기억하는 수준 이상의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곡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점점 게을러지는 걸 느끼는데, 정신을 차리고 빠릿빠릿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조차 게으름을 피우려고 들다니......
2008/02/14 13:22 2008/02/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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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백점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다가 우연히 길가에 있는 간판 하나를 보게 됐다.

기독교 백  점

'기독교 백점? 아하  백화점에서 '화'가 떨어졌군. 그런데 백점이라... 저것도 그런대로 또 괜찮은걸?'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 토익점수면 안되는데...'

-_-;;;;

2008/02/14 11:17 2008/02/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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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모래?

어제 밤, 닌텐도 DS를 경품으로 준다는 게임이 있어서 포인트를 모으는 노가다 작업을 하던 중 내 캐릭터 옆을 스쳐 달려가는 캐릭터가 있었다. 머리 위에 떠있는 캐릭명

'한알의 모레'

음... 아차 하는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붙잡고 얘기를 해줬어야하는데...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정작 나 스스로도 가끔 틀리면서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눈에 들어오면 참지를 못한다. (특히 '도데체', A보다 B가 더 '낳다' 등 빈번하게 출몰하는 것들은 때때로 내 수명을 갉아먹는 듯 하다. -_-)

찜찜한 기분에 잠을 청하고, 아침에 출근해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살펴보는데, 처리시간이 오래 걸릴 때 화면 상에 모래시계 표시를 띄워주는 코드에 오타가 있었다.

// 모레시계 시작 parknon
mx.managers.CursorManager.setBusyCursor();

주석을 추가했다.

// 모레시계 시작 parknon
// 모레시계면 늦습니다. 오늘시계나 당장시계로 뿌려주세요.
mx.managers.CursorManager.setBusyCursor();

언젠가는 나의 유머가 빛을 볼 날이 있을꺼다. 분명히... -_-
2008/02/13 10:29 2008/02/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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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fwfq를 추억하며...

얼마 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지인으로 부터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선물 받았다.

점심 시간을 통해 조금씩 읽다보니 끝을 보이고 있어서, 기회가 된 김에 다른 것도 읽어보자 싶어 이탈로 칼비노의 다른 책을 찾아봤다.
(출판년도가 꽤 지난 책들이어서 유난히 품절 상품이 많다. ㅠㅠ)

그러던 와중에 예전에 읽었던 '코스미코미케'라는 소설이 '우주만화'라는 이름으로 재출간 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억이 났다. 잊혀지지 않는 주인공 Qfwfq ...

나는 이 책을 상당히 재밌게, 정확히 말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은데,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찾게된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코스미코미케'에 대한 독후감을 읽고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 중략 ...
하지만, 매번 챕터가 바뀔 때마다 전혀 존재가 달라지는 주인공 때문에 새로운 세계관에 매번 익숙해져야 하고, 소설의 반을 차지 하는 과학적이고 차원을 달리하는 사색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소설을 팽개치고 싶어진다. 결국 나는 이 소설을 다 읽기 위해 하루에 10페이지씩 의무적으로 읽었고, 결국 1여 년이 지나서 다 읽었다. 소설의 30%에서는 인간답지 않는 작가의 상상력과 사고의 깊이에 놀라고, 나머지 60%는 정리가 안되는 소설의 줄거리에 괴로워하다가 10%는 말로 표현 못할 어떤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너무 생각이 없이 읽었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취향의 차이인 것일까?

하긴 이 책을 읽은 것이 근 10년이 다 되어가니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고..

뱀다리 1 : 개인적으로 '우주만화'보다는 '우스꽝스러운 우주'라는 제목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뱀다리 2 : 인용한 독후감을 쓰신 분과 블로그 정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신 분께 죄송할 따름이다. (혹시 보시면 연락주세요..) 
2008/02/12 11:16 2008/02/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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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라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어슬렁 어슬렁 마을버스를 타려고 아파트 입구로 나섰다.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느낌이 묘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왼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보다 멋진 사진은 넘쳐나겠지만, 중요한건 내가 서있던 곳이 아파트 입구라는 거다. 음...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높이에 감사할 따름이다. -_-

사진을 본 사람들은 다들 얼마 전에 다녀왔던 북한산 산행 때 찍은 사진인 줄 안다.

내가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하는 말... "역에 갈땐 역세권"

참고로 아파트 뒷편에 초등학교가 생기면서 길을 정비하기 전에는 약수터도 걸어내려갔었다. -_-

뭐 이렇게 불평은 해도 처음 이 곳에 왔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난 이 곳이 너무나 좋다. 가끔 방문하는 친구들의 불평쯤이야...  음하하하하 -0-
2007/11/11 09:05 2007/11/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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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효과

며칠 전 예전에 같이 일했던 형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딱히 서로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는 동네도 비슷하고 해서 그냥 이리저리 슬렁슬렁 걸어다니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목이 좀 마르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가게에 들어갔다.

"형 뭐 하나 마시죠? 뭐 드실래요?"

그러자 형이 골라 든 음료가 바로 '비*500'

"형 근데 이거 정말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을까??"

"그럴리가 있냐? 설사 비타민이 넉넉히 들어있다 쳐도 그게 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어? 그게 다 플라시보 효과야.."

"흠.. 아무래도 좀 그런거 같지?"

"당연하지... 박*스면 또 몰라도.. +_+"

"응?"

"역시 피로회복엔 박*스지.."

.
.
.

형 다음 번에 사무실 놀러갈 땐 박*스 한 박스 가져갈께.. -_-

2007/10/25 09:00 2007/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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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대한 단상

eπi+1=0


소수, 우애수, 완전수......

언젠가는 배웠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아마도...)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고, 특별하지도 않았던 오일러 공식이 이렇게 가슴에 남을 줄이야. 이걸 영화의 힘이라고 해야할까?
2007/10/10 21:22 2007/10/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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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오규원 나무를 보러 가련다.

강화 전등사에 가면 시인 오규원 나무가 있다 한다.

지난 2월 2일 시인의 가는 길이 수목장으로 치러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감히 찾아가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뭐랄까? '내가 뭐라고 거길....'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우연찮게 보게 된 시인의 나무는 소박하고, 평범해 보였다.

물론 내 상상 속에서 너무 키워버린 탓이겠지만.. 하지만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모습이 좋았다.

나를 향해서 굳이 겁먹을 필요 없다고 말해주는 듯 해서 마음이 편안했다.

얼마 전 오규원 시인의 시집을 세권쯤 샀다. (길상호 시인의 시집들을 충동구매한 후 근 5개월만이었다.)

시를 꽤 빨리 읽는 편이라 세권이라고 해도 아마 일주일이면 다 읽을 것 같은데,

한권 쯤은 아껴두었다가 시인의 나무를 찾아가는 버스 안에서 읽어볼까 싶다.

가는 동안 넘겨지는 책장 사이사이 가을 햇살을 차곡히 담으면서.

.
.
.

조만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면, 시인의 안부를 묻고싶다.

2007/09/19 18:15 2007/09/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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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 오규원 시인을 추모하며

한적한 오후다 / 불타는 오후다 /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故 오규원 시인께서 중환자실로 들어가시기 전
제자의 손바닥에 손톱으로 쓰셨다는 시인의 마지막 시라고 한다.
손바닥에 화인(火印)처럼 남았을 시다.

뒤늦게 선생의 죽음을 알게된 며칠 전
나는 "비가 와도 젖은자는"이라는 시를 홈페이지에 올렸었다.

시인의 시는 언제나 잔잔하게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시인의 시는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시인의 시는 언제나 귓가에 속삭이듯 내 곁에 있었다.

시는 여전히 내 곁에 있는데,
시는 여전히 내 가슴을 울리는데,

시인은 나무 밑에 잠이 들었다.

너무나 따사로운 햇살이 슬프고,
너무나 푸른 잎들이 서럽고,
너무나 고요한 그늘이 애닯다.

5월 15일.. 시인을 마음으로 모셨던, 이름모를 한 남자가 조용히 운다.

2007/05/15 16:18 2007/05/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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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를 그리워하다...

거긴 무언가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늘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나와야 했다.
세계의 모든 사물들이 일종의 환상과 망상에 의해 제 형상을 조작하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방문하기 앞서
환상과 망상을 앞세워 들어갔던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것도 그랬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서 쓸쓸히 돌아섰을 때도 그랬다.
마치 방금 영화를 보고 다시 거리로 나선듯
삶은 이미 어둑어둑 해있곤 했던 것이다.
지난 시간과 지금 발밑을 가로질러 가는 시간 사이에서
늘 약간의 고단함과 쓸씀함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처럼
늘 시간과의 대적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다들 잘 있는가?
난 조금씩 삶에 지쳐가고 있다.
다들 잘 있는가?
==============================
2000년에 선배가 내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제목은 달랐고, 이 글을 읽는 느낌도 달랐지만, 여전히 읽을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기분에 조금은 '울렁'하는 멀미를 느끼게 한다.

선배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여전히 조금은 방관자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듯 그러나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그렇게 살고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까?

내 일상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야겠다. 선배를 생각하면서, 그리워하면서

2006/12/01 21:28 2006/12/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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