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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11

#1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작되면서 근무지침이라는게 나왔는데, 그 중에 '근무 중 인터넷 금지' 항목이 있더군요. 말 그대로 인터넷 자체를 금지 시키는 것은 아니고 '업무와 관계되지 않은 웹서핑 금지' 정도로 해석 하는 것이 적당한 수준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프로젝트 초반이고 하다보니 눈치가 좀 보여서 접속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앞으로도 글을 자주 올리는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지갑을 분실했습니다. 있을만한 곳은 다 뒤져봤습니다만, 도통 보이질 않아서 결국 여기저기서 동전을 긁어모아 버스를 타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카드를 재발급 받는다 해도 당분간은 카드 없이 지내야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제일 문제가 될 듯 합니다. 그나마 주민등록증을 집에 놓고 다닌 것이 불행중 다행이네요. 심란합니다.

#3 요즘 의식적으로 외국 소설들을 읽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번역체 혹은 외국 작가의 문체는 영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진실'과 '뉴욕3부작'을 넘어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을 손에 쥐었습니다만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껏 제가 적응에 성공한 외국 작가는 움베르토 에코, 테드 창, 이탈로 칼비노가 전부입니다.

#4 올해의 마지막 연휴 - 아.. 이 얼마나 비극적인 문장이란 말입니까 - 동안 북로그에 올릴 글을 두어편 썼습니다만, 역시나 낯부끄러워 올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큰맘먹고 시작한 것이니 잘해봐야지 싶은데, 빈약한 글재주가 앞을 가로 막는군요.
2009/05/06 10:28 2009/05/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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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a2009/05/12 05:35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쳇... 별로였다는거군.. #3.
    난 요새 스토쿠에 빠져있써어..
    하여 책을 거들떠도 안보고 있는.. 참.. 멋진걸..
    • 설마, 단지 문체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거지.. 재밌게 읽었어 ^^
      선배 덕분에 다른 소설들을 도전하고 있는걸
      책을 거들떠도 안보고 있는 .. 참 .. 멋진Girl.. 선배가 멋지다는 얘기지? ㅎㅎ

      댓글을 남긴 시간이 날 슬프게 하는군.. ㅠㅠ




네가 정녕 그런 식으로 날 피하겠다면 - 로또 번호 정하기

지금까지 뭐 매주는 아니지만 매달 혹은 그것보다는 약간 간격을 두고 로또를 사곤 했습니다.

보통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 밥집을 고르고 방향을 잡았는데, 그쪽에 복권방이 있고, 마침 금요일이면 샀던 것 같네요.^^;;

처음 몇번을 제외하면 이제는 번호를 고르는 것도 귀찮아서 완전 자동으로 하거나 반자동(6개 중 몇개만 선택을 하고 나머지는 자동으로)으로 구입을 했었는데요

그런 경우에는 보통 5게임 30개의 숫자 중에서 대략 서너개쯤의 적중률을 보이곤 했습니다.(한 게임에 서너개가 아닙니다.;;;)

워낙에 당첨하고는 거리가 먼 인생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는데, 몇 주 전에 우연찮게 5등에 당첨이 됐습니다.

'이야..... 왠일이래? 오호호호호'

5등도 그저 좋아서 당첨된 종이 쪼가리를 한참동안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다가 지난 금요일 교환을 했는데요.

이번엔 왠지 정성을 쏟아야만 될 것 같아서 5게임 모두를 하나 하나 번호 체크를 했습니다.(수능을 볼 때도 손이 그렇게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제 느즈막히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헉.. 피해가도 어떻게 이렇게 잘 피했는지, 단 한개도 맞은게 없더군요.

문득 '5등에 당첨되므로써 그나마 내게 남아있던 당첨 운이 다 소진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아.. 만약 네가 날 그렇게 피할 작정이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게 의미있는 모든 숫자를 피해주겠어!!!'

'숫자를 떠올렸을 때, 느낌이 괜찮거나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숫자라면 무조건 피해보자...'는 생각으로 1~9 사이에서 하나, 10~18 사이에서 하나 .... 그런 식으로 5개의 숫자를 골랐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고른 숫자는 8, 1@, #9, 3&, %3 뭐 보너스번호는 보너스니까 자동으로다가...*

결과는 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만약 이번에도 요리조리 피해간다면 적어도 로또만큼은 '어떻게 해도 안되는 놈'이 되는 것이고, 결과가 좋다면 인생역전!!! *-_-*

행운을 빌어 주세요 ;;;;

* 처음엔 천기누설 분위기 비슷하게 당당히 번호를 적었습니다만, 적어놓고 보니 왠지 이게 뭔짓인가 싶어서 자체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혹시나 정말 궁금하신 분이 있으시면 개인적으로 문의를 하시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2009/04/23 08:57 2009/04/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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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숯기둥2009/04/24 20:51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저도 샀어요..ㅋㅋ 믿을껀 로또 뿐
    근데 로또 감사 들어간다던데..쩝
    전 12 14 17..ㅋㅋ
    • 중요한건 토요일날 칭병하고 누워있느라 못샀다는거.
      더 중요한건 모자이크 하겠다고 숫자를 지워놓고 나조차 잊어버렸다는거.. 붕어야 붕어 (뻐끔뻐끔)
    • 숯기둥2009/04/29 16:19 수정/삭제 댓글주소
      한개도 안맞음...쩝
      하지만 이번주에 또 샀어요..ㅋㅋ
      5, 11, .......
  • 웅이아범2009/04/28 18:01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숫자를 먼저 6개 고르고 사고 그리고 그 숫자를 제외하걸 또 6개골라 사고 또 그 12개를 제외한 숫자를 골라 사고 나서 나한테 연락해라 그럼 내가 그 숫자를 제외 한걸 사보마 ㅋㅋ




어딘가엔 꼭 있다. - 만들 것이냐? 찾을 것이냐?

일단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보니, 가끔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거나 필요한 기능들이 생기면, 우선은 '흠... 한번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이 살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그렇게 으쌰으쌰 만들어서 쓰면, 내 입맛에 딱 맞게 만들어지는(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우회하거나 포기하는 부분이 생기지만 않는다면요.) 멋진어설픈 프로그램이 완성됩니다.

뭐 프로그래밍 스킬 단련도 되고, 그럭저럭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도 생기니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여기저기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내가 원하는 기능이 보다 완성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작년 초 정도였을 겁니다. 친구와 프로젝트를 하면서 의견 공유를 위해 도쿠위키라는걸 설치해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사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용도로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작성하다보니 글 내용 중에 프로그래밍 코드가 삽입되야할 때, 문법 내용을 강조해주는(혹은 HTML을 변환 없이 그대로 표현해주는) 기능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물론 도쿠위키 내에서 지원하는 기능(태그)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진행하려고 했던 프로젝트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위키위키에 프로그래밍 코드를 깔끔하게 표현해주는 기능을 넣어보겠다고 불타올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알게 됐습니다. SyntaxHighlighter 라는 이름으로 Google 코드에 이미 개발된 것이 있다는 걸요.(게다가 저는 Java문법 하나를 가지고 낑낑거렸는데, 이녀석은 다양한 언어를 아주 깔끔하게 표현해주더군요.)

어찌나 허탈하던지 ... 자바스크립트 소스를 다운받아 놓고, 압축을 풀지도 않은 채로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어느 한쪽을 선택 해야할 때, '가격 대 성능비'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곤 합니다.

돈(시간)을 많이 들이면 물론 성능도 좋아지겠지만, 둘 다 만족시킬 수 없을 때는 적절한 수준에서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정답이겠지요.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내가 불타올랐던 그 순간 느꼈던 열정과 행복'은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물론 전혀 가치없을 수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세상살이 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시간 낭비라고 말해도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몇 년 전이었다면, '그래도 난 만들꺼야.. 재밌잖아. ㅎㅎ' 라고 자신 있게!!!

지금은??? 글쎄요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대답을 하기 위해 한참동안 우물거리지 않을까 싶네요.

우선은 허리춤에 달려있는 만성피로부터 털어내고 볼 일입니다. 요즘 같아서는 먹는 것보다 자는게 좋고, 자전거 보다도 자는게 좋고, 이 세상에서 대충 여섯가지쯤 빼고는 자는게 좋은 30대 중년입니다. ㅠㅠ

2009/04/16 20:16 2009/04/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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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는 건 무척이나 가치있는 일같습니다. 저도 최근에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firefox 확장을 하나 만들어보았다는 거에 기.쁨을 느끼죠. 경험치가 높아진겁니다!!..... 맞겠죠?
    • 그럼요. 저도 긴가민가 고민을 하긴 해도 뚝딱뚝딱 만드는 그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댓글은 되살렸습니다. 아.. 그런데 도대체 어떤 단어가 스팸필터의 검문에 걸려들었는지는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네요. 이것저것 넣어서 테스트를 해봐야겠습니다.
  • 비슷한 생각을 해서 길게 적었더니 금칙어에 걸리네요 ㅠㅜ 일단 공감의 댓글만 ㅋ
  • Yoo2009/04/20 01:12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유과장님 오랜만이에요. 글 잘 봤습니다. java로 만드신 건가요? 후.. 언제나 그정도 될지...
    저번에는 감사했습니다. 어려운 부탁이었는데요.. 블로그 구경 가끔 하고 갑니다.
    그럼 한주 잘 보내시길 바래요.
    • Java Script로.. 음.. 개별 태그를 만들어서 스크립트에서 파싱하는 방식이었지. 신택스 하이라이트에서는 div 태그에 class명으로 하는 것 같던데 아직 뜯어보진 않았고(게을러져서 내용 안보고 그냥 돌아가면 쓰고 있어),

      미안하면 말만 하지 말고 한번 와라, 아님 부르던가 그 공덕역 시장통에 족발 맛있더만.. ^^
  • Yoo2009/04/24 00:49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오 공덕역 족발 드셔보셨나요? 오시면 쏠께요 하하. ^^
    • 드셔보셨나요는 무슨...
      같이 한번 먹었잖아. 오차장님이랑 두과장이랑 해서...
      근처 가면 한번 연락하마. 그 때 보자.




북로그를 생각 중입니다.

며칠 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을 했습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오랫동안 찾아왔는데 도통 발견하지 못하다가 (네이버 카페 검색에서 '소설'로 검색을 하면 인터넷 소설 관련 카페만 10페이지가 넘게 나옵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냉큼 가입을 해버렸지요.

그리고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심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네, 글의 제목처럼 책의 서평이나 소개로만 이루어진 블로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카테고리에 'Book'을 추가하지 않고 굳이 다른 블로그를 개설 하려는 이유는 블로그 스킨 때문입니다.;;; CSS Naked Day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극을 받은 것도 있고, 적어도 그런 내용들(?!)을 올리기엔 1단 스킨이 어울린다는게 보다 큰 이유입니다. (물론 그 이외에 RSS 문제라든가 하위 카테고리 문제도 있긴 합니다만)

글을 그리 자주 올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주 자주 쓴다고 해봐야 평일에 출퇴근 하면서 읽은 내용으로 하나, 주말에 읽은 내용으로 하나 정도? 가만히 보면 현재의 블로그는 평일에만 운영하고(1년 동안 올린 200여개의 글 중에 주말에 올린 글이 5%도 되지 않습니다. 6.8% 입니다. 철저한 주 5일 블로그였지요;;;) 계획하고 있는 북로그는 주말에 올리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은 개인 도메인에 블로그 툴과 스킨만 세팅을 해놓은 상태구요. 블로그가 완성되고,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 블로그 링크나 RSS주소를 공개할 생각입니다. (물론 그 전에 써 놓은 글이 부끄러워 안절부절 하겠지만, 예전처럼 한참 써놓고는 에잇! 하고 지워버리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음.... 아마도요.. 뭐 글 상태를 봐서요.. ;;;;;)
2009/04/13 10:50 2009/04/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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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저는 시를 꽤 좋아합니다만, 사실 시를 읽을 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뭐랄까? 단순화 시키자면, 제 자신이 느끼는 시에 대한 이해는 '이건 좋다', '이건 별로다', '이건 뭘까?' 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뭐 그동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읽고 느끼면 그걸로 만족이고, 여러 번 읽다보면 처음 읽을 때는 몰랐던 새로운 의미들이 다가오고, 그런 재미에 읽었지요.

그러다가 얼마 전 우연히 몇년 전 월간 현대시에 연재 되었던 정일근 시인의 정일근의 편협한 시읽기라는 연재 글중 하나를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 편협하다는 것은 보다 자신의 감정 혹은 경험에 충실하게 시를 이야기 한다는 뜻일테지만, 시인의 글에는 제가 그동안 접했던 평론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자유스러움 뿐만 아니라 시와 시인을 바라보는 정일근 시인의 깊고 잔잔한 시선이 녹아있었습니다.

문득 '그 동안 내가 너무 시 읽기에 소홀했구나.. 시를 좋아한다고 말 하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저 작은 것에 만족해서 머물러 있었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보다는 행동이 중요할텐데 오랫만에 강하게 자극 받았으니 나름대로 이것저것 노력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창비, 1993.

2009/04/08 15:29 2009/04/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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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으로 살아가는 것과 누군가와 얽힌다는 것.

사람이 개인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다른 무언가와 얽힐 순간이 되면, 그 곳에선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가치관의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충돌은 보통 '원만하게' 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얽히는 경우는 서로 간의 힘의 강약 혹은 다른 부차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개인과 집단, 개인과 사회 혹은 개인과 국가 사이에선 개인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 하더라도 기존의 질서에 몸을 맡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간혹 그 반대의 경우나 얽히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개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모든 것과 단절된 채 개인으로 남아있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관계들 속에서 포기하는 관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입니다.

요즘 한참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만, 당연하게도 답은 안나오고 책을 읽다가 문득 비슷한 느낌으로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텐데요."

게라임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깍지껴 아래로 늘어뜨린 채 아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들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봐라. 아들아. 이것이 한 명의 레콘이 자기 기준에  따라 무엇인가를 평가한  결과다. 너도 이런 평가를 받고 싶으냐? 평가가 그렇게 좋으냐?"

게라임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들의 얼굴을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보십시오. 아버지. 이래서는 안된다는 기분을 느끼십니까? 평가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평가를 거부하시겠습니까?"

시오크는 흠칫했다. 그는 앞으로 한 발 걸어가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평가와 평가가 오가면서 도덕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때까지 도대체 몇 명이나 죽어야 한단 말이냐?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도덕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는 모순을 납득해야 한다는 거냐?"

  "그러면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모순을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모순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법이 준법자들이 아닌 탈법자들에 의해 지탱되는 것을 보십시오. 모두가 준법자라면 법은 불필요합니다. 법은 탈법자들을 도태시키고 추방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상 탈법자들에게서 존재 이유를 받습니다. 그런 법의 모순을 보십시오. 그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법이 불필요해질 때까지 모순이 있더라도 모두가 평가하면서 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오크는 목을 떨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법이 불필요해지는 것이 먼저겠느냐, 사람이 다 없어지는  것이 먼저겠느냐? 레콘이라는 존재는 그 모순을 대재앙으로 만들 수 있지 않느냐?"

게라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아버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모릅니다. 우리가 레콘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오크는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했던  상처가 좀 심각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리의 힘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시오크는 끝내 허물어졌다. 하지만 그가 무너진 순간 게라임의 팔이 그를 나꿔채듯 붙잡았다. 그는 아버지의 어깨에 턱을 묻은 채 무릎을 꿇었다. 게라임은 시오크의 앞쪽에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들아. 나도 모르겠구나."

2009/04/07 08:56 2009/04/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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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로 봄이 피었습니다.

4월 1일부터 사무실에 8시까지 출근을 해야했습니다.(만우절이어서 거짓말이길 바랬는데 아니더군요. ㅠㅠ)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벼뜨고, 대충 머리를 감고, 면도는 늘 그렇듯 가볍게 무시하고는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언덕 길을 내려가는데,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해가 너무나 붉게 떠올라 있더군요.

오랫만에 보는 참 멋진 광경이었고, 상쾌한 아침과 너무나 어울리는 모습이었기에 감정이 격해졌는지 이런저런 말들이 머릿 속에 고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오는 동안 생각나는 말들을 열심히 적었습니다. 내심 '흠.. 이정도면 적당히 주물러서 오랫만에 시 비슷한거 한편 나오겠는걸?' 이런 생각도 하면서요.

그런데, 사무실에 오자마자 무슨 일이 그렇게 미친듯이 몰려오는지 며칠동안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 골목길 담장 너머로 피어있는 목련을 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부터 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잊고 지내는 며칠 사이 정말 활짝 피었더군요. '아... 정말 봄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피어있는 목련이 너무 눈부셔서 좋았습니다. (사실 목련꽃을 보고 예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별로 없는데도 가끔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어요.)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두근 하고, 히죽히죽 웃었다가 창밖을 보면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온통 봄이 조용히 내려 앉았네요.


P.S. 해돋이나 목련을 보면서 적었던 글들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무 유치하고 낯뜨거워서 블로그에서 빛을 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_-;;;

2009/04/03 10:32 2009/04/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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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이아범2009/04/06 17:24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급한 불이 꺼져서 갑자기 일이 하기 싫어 지던차 그동안 있고 있던 니 블로그가 생각이 나서 들렀네. 근데 좀 바꿨네 ㅎ. 음.. 할말도 없고. ㅋ 옆에 보니 곧 방문자 카운트가 3만이 되네. 이벤트 안하남 3만 돌파 기념 탕슉 어때? ㅎㅎ
    • 좋지.. 3만번째 스샷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 탕슉쯤이야.. ㅎㅎ
      그리고 일에 지쳐도 기운내고.. 화이팅 '-'/




뜻밖의 문제 - ISBN과 물려버린 게으름뱅이 개발자의 자동화 의지

얼마 전부터 야심차게(?) 진행하던 도서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어려울 것 같았던 부분은 의외로 잘 넘어갔는데, 뜻밖의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데이터를 넣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_-

한 열 권쯤 넣다가 뭔가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어찌됐든 자동화;;;; 자동으로 DB에 적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교보문고, Yes24 같은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 소스를 파싱해서 원하는 정보를 긁어다가 DB에 넣는 방법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페이지 소스를 긁어오는건 쉬운데, 그 내용에서 원하는 정보를 알맞게 잘라낸다는게 생각보다 까다롭더군요.

게다가 책마다 검색을 해서 해당 URL을 프로그램의 인수로 넘겨주는 작업을 하다보니 귀찮기도 하구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조금 바꿨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의 제목을 배열로 넘기면 프로그램에서 사이트의 찾기 버튼을 눌렀을 때의 URL을 조립해서 넘기고 검색된 페이지를 긁어서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으로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습니다. 같은 제목의 절판, 개정, 양장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_-

그러다가 ISBN을 이용해서 검색하는 걸로 바꿨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뭐하러 검색을 해? 그냥 ISBN 정보를 가져오면 되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ISBN 정보를 DB에 적재해 놓고, 내가 가진 책들만 체크해서 리스트를 구성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번호센터라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엑셀로 다운로드 하는 곳까지는 찾았는데, 이게 시스템 문제인지 전체를 내려받을 수도 없고, 검색을 해도 범위를 넓혀 놓으면, 다운로드 페이지에서 에러를 내면서 뻗어버리더군요. ㅠㅠ

Fatal error: Maximum execution time of 30 seconds exceeded in /usr3_new/www/webtob/docs/isbn_issn/isbn/register_file.php on line 314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 하다가 사이트에 있는 문의메일로 '꼭 필요한데, 보내주시면 안될까요?'라는 요지의 메일을 보내놓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되도록이면 긍정적인 답변이 왔으면 하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만약 거부된다면 출판사별로 검색을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일 것 같아요. 음.. 대략 23,900 곳 정도??? 집에 있는 출판사만 따로 추려내는 것도 일이겠네요.)

2009/03/31 13:44 2009/03/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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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를 보다가 - May the force be with you.

스타워즈를 보다가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대학시절 저는 정보통신과였지만, 간혹 다른 과의 전공을 일반선택으로 듣곤 했는데요. 그러던 중에 컴퓨터학과의 '임베디드 프로그래밍'라는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한 2~3주쯤 Visual C++ 관련 수업을 하더니 본격적인 수업으로 8명씩 팀을 구성해서 POS(Point of Sale) 프로그래밍을 진행하더군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음.. 전 제가 프로그래밍 기초가 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 다들 어려워했던 모양입니다.

언제부턴가 저희들 사이에선 수업이 끝난 후 서로에게 "포스(POS)가 당신가 함께하길.." 이라는 인사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건 없고, 매주 돌아오는 수업 시간이 괴롭기만 하고, 시간이 흘러 학기말이 다가올 무렵이 되자 하나 둘씩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우리는 떨어져나간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은 우리가 다 짤테니 레포트에 이름을 올리려면 먹거리를 공수해라! 배고프다' 라며 부려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아무 불만없이(뭐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_-) 먹거리와 뒷치닥거리 그리고 약간의 유흥까지 책임져야했고, 우리는 그들을 '제 Die' 라고 불렀습니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밍 ....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몹시도 스타워즈스러운 과목이었습니다. ;;;

2009/03/26 16:26 2009/03/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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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도서, 음반 종합관리 프로그... 뭐 대충 비슷한 것

저는 보통 한 달에 대략 2권의 소설과 4권의 시집 그리고 2~3개의 음악 CD를 구입합니다.

예전에는 기회가 되는대로 그리고 금전적 여유가 허용되는 범위에서 움직였습니다만, 요 근래 몇 년간은 의무적으로 한달에 사야할 분량을 정해서 한달 생활비에서 고정비용을 할애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아.. 물론 책을 좀 줄이고 CD를 몇장 더 산다든지, CD는 사지 않고 책을 좀 더 사는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취생 시절에 쓰던 자그마한 4단 책꽂이는 CD 장식장이 되어버렸고, 새로 산 책들이 하나 둘씩 책상 위에 쌓여가더군요. 그래서 얼마 전 큰 돈을 들여서 새 책꽂이를 장만했습니다.

오래두고 쓸 생각으로 장만을 한 놈이라 자리가 꽤 넉넉해서 시집, 소설, 컴퓨터 관련 책들을 분류별로 나눠 꼽고, 새로 산 책들 때문에 책들이 밀려나지 않도록 약간의 여유를 둘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리를 하다보니 같은 책이 몇 권 발견됐어요. 누군가의 생일 선물로 주려고 샀다가 주지 못하고 가지고 있게된 경우도 있고, 누군가에게 선물로 줬다고 생각하고는 소장용으로 다시 장만했는데, 집에 와보니 떡하니 꼽혀있어서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고,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을 선물로 받은 경우도 있구요.

그 이후로 책꽂이를 볼 때마다 뒷통수가 간질간질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모를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알고 나니까 뭔가 효율적인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관리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직업이 직업인지라 데이터를 DB에 적재해서 게시판 형태로 검색 및 조회를 한다는 것 까지는 합의를 봤습니다.(누구랑??)

등록해야 할 데이터 항목과 페이지 형태를 구상하다보니 기존에 존재하는 게시판 타입으로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아무래도 테이블 부터 웹디자인까지 직접 처리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냥 대충 적어놓으면 되는걸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한번 만들어볼까 합니다.

이왕 만드는거 잘 만들어야지 싶긴한데, 글쎄요....  -_-;;;;

2009/03/24 14:45 2009/03/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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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숯기둥2009/03/25 09:52 수정/삭제 댓글주소 댓글달기
    이왕 하시는거 pda에서 돌아가게..ㅋㅋ 그래야 들고다니면서 확인해보죠....
    안그럼 또 다시 낭패..
    • 흠.. 웹으로 하면, PDA는 몰라도 모바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가능할텐데, 웹 작업은 좀 지겨워서 C/S로 한번 짜볼까 싶거든, 뭘로 작업할지는 아직 못정해서 말야.. 아마 델파이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되면 글쎄 PDA까지 지원이 되려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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