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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2013/11/06 14:08옹알옹알...
새로 파견된 사무실의 책상은 유리로 덮혀 있어서 마우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좀 남길래 마우스패드를 사러 영풍문구에 갔다가 차마 사지 못하고
(싼건 너무했다 싶고, 쓸만한건 너무 비쌌다)
김기택 시인의 새 시집을 집어왔다.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보다 비쌌다. 맙소사......)
돌아오는 길 청계천 돌난간에 기대서서 흐르는 물을 보고 있다가 책 앞장을 펼쳐
"오랫만에 들린 영풍에서 마우스패드와 바꾸다. 2013.04.29"
라고 적었다.
마우스패드가 있어야할 자리에는 복합기 매뉴얼을 놓았다.
모든 것이 행복해졌다.
※ 제목이 너무 마음에 안드는데 마땅한게 생각이 안나는게 더 괴롭다. ㅡ.,ㅡ
이윤학 -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한승원 - 달 긷는 집
정호승 -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정호승 - 슬픔이 기쁨에게
장석남 -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어제 오랫만에 부천 교보문고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는게 아니라 서점에서 책을 쥐어보는 것도 오랫만이지??' 라며 이리저리 고르다가 주루룩 질러버리고 말았습니다. -_-
그런데, 한사람을 제외하면 다 전에 읽었던(알고 있던) 시인들 뿐이네요. 다양하게 읽고 싶은데, 익숙한 쪽으로 손이 가는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음악도 좀 그런 편이네요. 하긴 낯선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그런게 좀 심한편이긴 합니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데 여전히 주춤거리게 된다는게 참 안좋은 것이라는걸 알면서도 좀처럼 고쳐지질 않네요.
이 책들을 다 읽고 나면, 조금은 낯선 쪽으로 조금은 고개를 돌려봐야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옛추억을 퍼 올리는 것이 행복한 못난이지만,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이니 고여있던 가슴에 무언가를 담아봐야겠습니다.
옛 노트에서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